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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장에서 생긴 일 텝스 시험을 보고, 텝스고사장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나누는 게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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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중도포기 후기 (양화중 11번 고사장)

중도포기 | 조회 8368 | 추천 15
  • 2014.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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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덥지 않고 불유쾌한 경험담이지만, 뭔가 의미가 있을까 해서 공유해 봅니다.

양화중 11번 고사장 머리 삭발 응시자입니다 (혹시 같은 고사실 분들 계실까봐).
아침에 좀 일찍 왔는지 11번 고사장 빈 교실에 1번 타자로 제가 입장합니다. 교실 공기가 탁해 창문도 좀 열고..
뒤늦게 좌석을 확인하니 왠걸요, 천장의 스피커 바로 우측이라 천혜의 자연 조건입니다.
아싸, 오늘 청해 좀 나오려나? 꿈이 부풉니다. (9/27일 청해 356이고, 높은 점수 아니지만 인증하라면
인증합니다).

거의 고사장 입장시간 마감에 즈음해 허겁 지겁 들어오는 제 우측 옆자리 E3번 아저씨...
이내 신경 끄고, 청해 시간이 드디어 개막합니다.
청해 Number 1, 방송 나오자 우측 아저씨가 갑자기 슥삭슥삭 시험지 위에 막 받아 적기 시작합니다. 
그러더니 고개를 번쩍 들어 제 쪽을 한참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이건 제가 그 사람에게  고개 안 돌려도 알 수 있지요.
그러다 다시 또 고개 푹 숙이고 열심히 적습니다.
2번 문제, 마찬가지로 받아 적다가 고개를 번쩍 들어 제 쪽을 또 한참 쳐다 봅니다. 그러다 또 적고...
뭐지? 미친 *인가? 컨닝인가?
3번 문제, 4번 문제.. 역시 마찬가지...  참다 참다 제가 고개를 돌려 그 사람과 눈을 마주치려 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천장의 스피커랑 그 아저씨 중간에 제가 앉은 꼴이었고, 그 아저씨 열심히 천장을 보는 행위였습니다. 
뭐라 제가 항의하거나 주의를 주기도 애매한 상황... 
그렇다고 감독관에게 항의하자니 다른 사람에게 소음으로 피해 줄 것 같고..
그렇게 신경 쓰여 하면서 몇 문제 집중 못하고 선지 놓치고 흘러흘러 갑니다. 제 주의력은 점점 얇아지면서..

그러다 문제 25번 답 표기하고 26번 문제 기다리는데 방송에서 Number 25, 이럽니다.
뭐지? 꿈인가?
어디에 빈칸이 있나 순간 후루룩 답안지 훑어 보니 한 일곱 여덟문제 위에 빈칸이 하나 덩그러니 있습니다.
진심으로 제 평생 토익 토플 텝스 그 외 온갖 시험에서 답안지 밀려 쓴거 이번이 처음입니다.
처음 당하는 터라,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가 하얘집니다.
미뤄 쓴걸 수정 테이프로 하나하나 지우자니, 이걸 지금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빈 시간 언제를
활용해야 하나 급한 마음이 치밀어 오르고, 순간 생각이 꼬이면서 뇌기능이 잠시 정지됩니다.
그러는 중에 어느새 문제는 27번을 향해 갑니다. 그러면서, "900은 물 건너같다"는 생각이 밀려 옵니다.
제가 몇 문제 답안지 표기를 안 하고 머리를 감싸쥐니 제 왼쪽 누군가가 저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더 맘이 혼란스러워집니다.
제 우측 도깨비같은 그 양반은, 아랑곳 않고 계속 슥삭거리고 필기하고 또 제 시선과 거의 일직선인
천장 스피커를 쳐다보면서 고개를 들었다 숙였다 여념이 없습니다. 제 공황상태와는 너무도 대조적인
지극히 정상적인 그 사람 모습에 순간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그 순간에.. 극단적으로 살인이 왜 일어나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어느새 33번에서 귓가에 웅웅거리는 중이고, 이제 청해는 제 안중에도 없고, 
이걸 계속 앉아 있어야 하나 퇴실해야 하나.. 응시료가 아까워서 독해까지 다 풀어야 하나.. 이걸 고민합니다.
응시료 건지려 이 순간을 꾹 버티고 있는 자체가 오히려 미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뭘 위해서?...
계속 앉아 있다가는 내가 저 미친 옆사람을 어떻게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머릿속에 바쁘게 오가고..

그러다 앞을 보니 감독관 아주머니가 저를 이러구 쳐다보고 계십니다. 답안 표기를 안 한지 오래니
그럴만도 하겠습니다. 그제야 제가 수신호를 보냅니다. 그만하겠다고.
감독관이 짐 가지고 앞으로 나오라고 수신호 응답을 보냅니다.
주섬주섬 최대한 조용히 조용히 짐 가지고 나오면서 감독관 아주머니를 고사실 밖으로 제가 모시고 나갑니다.
"옆사람이 저를 컨닝하는건 아니지만, 보셔서 아시다시피, 고개 들었다 숙였다 난리 치는 통에,
꾹 참고 문제 풀고 있었는데, 답안지를 주루룩 미뤄 썼습니다. 그냥 가겠습니다. 채점 아예 안되게 해주세요."
"2층 고사본부 가서 시험포기서 사인하셔야 해요"

오늘 인생에 몇번 없을 아노미 상태를 맛봤습니다.. 시험 한번이 중요하진 않습니다.
그냥 시험 계속 응시료 몇만원이 대수도 아닙니다.
몇 문제 미뤄 쓴거 문법 시간에 최대한 빨리 풀고 수정하면 되지 않냐고 쉽게 비아냥댈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멀쩡히 내 길 가는데 옆 사람이 본의 아니게 자기 짐으로 내 뒤통수 치고 지나가면서
그런 사실 자체도 모르고 있고, 그걸 본 제3자가 "왜 넌 별로 크게 다치지도 않았으면서 제 갈길 안가고 
그렇게 저 사람한테 씩씩거리냐"고 말하는 것과 같은겁니다.
게다가, 공부한 시간과 노력, 컨디션 최상으로 올리려 애쓴 보람, 뭐 그런 것들은 보상 받을 길이 없네요.

이거 하나 기억하세요. 여러분의 전혀 비의도적인 행동이 타인게에 황당한 추억을 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시험에서 누군가 갑자기 중도포기를 했다면, 그 원인제공자가 의외로 여러분의 작은 행동 하나
때문일 수도 있다는 걸요. 공공장소에서의 매너는 많은 의식적 주의를 요하는거라는걸 참 많이 깨달았습니다 오늘.

아무튼 참 희안한 경험을 한 아주 유쾌하지 않은 하루네요 2014년 10월 19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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